시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 표지
출판사 스타북스에서 민윤기 시인의 시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의 작품들은 김춘수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박인환의 ‘자본가에게’,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김남조의 ‘조국’, 정공채의 ‘미팔군의 차’, 김수영의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리고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 ‘한난계’ 같은 작품들 연장 선상에 있거나 수원(水源)을 함께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인은 이 시집을 ‘플랜B’라고 밝혔다. 건방진 표현이다. 시에 플랜A가 어디 있으며 플랜B가 어디 있나. 용감한 게 아니면 생뚱맞은 거다. 그러나 시인이 굳이 ‘플랜B’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시들이 이전에 보아 왔던 시들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표지에 마스크를 쓴 저자 사진을 실음으로써, 저자는 마스크로 상징되는 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있다.
‘독자여, 미안하다’는 머리말에서,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삐딱하다 편견이 가득하다. 이런 ‘냉소적인’, ‘삐딱한’ 시대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희망의 신호를 아끼지 않는 반전의 내용이 감동적이다.
저자는 지금 꿇리지 않는 목소리로 묻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니다. 진짜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하고 묻고 또 묻고 있다.
저자 민윤기 시인의 시는 들이대듯 질문하는 형식이 독특하며, 당돌하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이다. 무슨 말이지 모르면서 수사법만 화려한 시가 없다.
‘시인들에게’라는 시로 동시대의 시인들을 비판하며, 시집의 표제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를 통해 혼란한 현 시국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이 시를 통해 민윤기 시인은 아직도 진정한 무궁화꽃은 피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시 구절 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이이이이이이처럼 등장하는 글자들을 모두 지워버린 시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시각적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다.
또한 ‘거짓말이야’, ‘홍반장에게 부탁하자’, ‘개돼지가 개돼지에게’, ‘국수주의자’, ‘무슨 짓을 하고 있나’ 등 정치 사회 예술계 현실을 삐딱하게 풍자하는 50편이 수록됐다.
제1쇄 출간 후 10일 만에 2쇄를 추가하며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시집의 힘은 무엇일까. 달달한 연애 시도 아니고 애송시 형식도 아닌, 거침없이 현실을 비판하는 ‘삐딱한’ 시집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출판계의 관심이 점점 높아가는 중이다.
이 시집에 대해 시인들은 “오랜만에 본격적인 현실 참여시가 등장했다”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처음으로 속 시원한 시를 실컷 읽었다” (송영숙), “독자여 미안하다고 쓴 머리말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팠다” (고은별), “정치 경제 역사 문학 사회상에 대해서까지 리얼리티가 관통하고 있다” (정숙자), “제목부터 내용까지 시대를 반영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서정란), “삐딱한 시각이 참 좋은데 슬프다” (이영춘), “나라 돌아가는 꼴을 엄중하고 통쾌하게 꾸짖고 있다” (안수환), “너무 절실하고 가슴을 울린다” (최금녀) 등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시집에는 관례상 잘 나온 저자 사진을 싣는 게 관행인데, 민윤기 시인은 코로나 방역용 마스크를 쓴 ‘흉한’ 사진을 수록해 논란을 자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윤기 시인은 “코로나19 시대의 허위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시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를 내놓은 민윤기 시인은 1966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홍콩’, ‘서서 울고 싶은 날이 많다’, ‘사랑하자’ 등 화제의 시집을 출간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 서울시인협회 회장과 발품을 팔아 끊임없이 자료를 발굴하고 청년들과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월간시’ 편집인이다.
◇도서 정보
제목: 무궁화꽃이 피었습니까
지은이: 민윤기
출판: 스타북스, 80쪽, 1만원
스타북스 개요
스타북스는 2005년 창립해 ‘윤동주 전 시집’을 비롯 500여 권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출판 외에도 전시 및 공연 기획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