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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억새풀 꽃씨

우체국 앞을 그냥 지나쳐 간다

등록일 2024년11월08일 16시2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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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꽃씨

 

              필명 정태화(정경화)

 

우체국 앞을 그냥 지나쳐 간다

바람이 불었다

공중전화 앞도 그냥 지나쳐 간다

역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물살에

흔들리는 마음

풀풀 털리는 억쇠풀 꽃씨 몇몇

밤에는 어둠 속 불빛들이 정겨워

바람에 실린다

 

이처럼 그대 곁 가는 그리움으로

다달아 척박한 땅에

소리없는 발자국

그 중에서 소중하다 믿는

사람 살고 있음을 알면서

이 거리로 나온

들꽃 한포기 씨앗 몇몇

 

그냥 우체국 앞을 지나쳐 간다

그냥 공중전화 앞을 지나쳐 간다

이 도시 아스팔트 길 쭉쭉 미끄러지는

바람의 속성을 앞장 세워

이렇게 속절없이 미끄러져 간다

 

지금 그대의 화단은

울긋불긋 꽃봉오리 버는 계절

그래서 내 그리움 잊었느냐

골목길을 간다

가서는 높은 담장 아래서

발길 돌리고 마는 바람을 나무라며

네가 나를 잊어 편하느냐

골목길 돌아서며

 

밤에는 어둠 속 정겨운 불빛들

등 뒤에 두고

공중전화 앞을 그냥 지나쳐 나온다

우체국 앞도 그냥 지나쳐 나온다

 

 

 

시집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도서출판 청학, 1995) 중에서

 

 

정태화 시인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 수상을 통해 등단. 2007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도서출판 청학, 1995)와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가 있음. 현재 한국시인협회, 지리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함양지부 회원.

 

 

 

원고 의뢰 : poet2580@naver.com (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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