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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극히 개인적인 성묘

노랗고 자잘한 꽃이 피고 있었다

등록일 2024년10월15일 14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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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성묘

 

                       정경화시인

                       [필명:정태화]

 

노랗고 자잘한 꽃이 피고 있었다

함양에 미처 봄이 오기도 전

올해 양력 2월 초순에 생긴 섬

울 어머니 무덤 곁에

무더기로 피고 있었다

 

읍내 번화가에서 택시로

20여 분 가까이 안전속도로 달려서

발 내려 딛는 그곳 하늘 아래

피라고 재촉하지도 않은 꽃이

피어서 바람 속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2흡들이 막소주 한병과

새우깡 한봉지, 아들의 방문은

세워놓은 영업용택시

10분당 환산으로 대기료가 지불되고

가난한 아들의 방문이

다리를 절고 있다

 

여기 이곳 농로 변에도

그냥 지나쳐가는 이들이 많아

그 사람들 보이지 않는

등 뒤에서

노랗고 자잘한 꽃들이

바람 속에 내민 손들을

흔들고 있었다

 

나마저 하염없이 지나쳐 가리라는

생각의 숲

노랗고 자잘한 꽃의 어깨동무

파도를 가로질러

어머니 무덤 앞에

한 잔 술을 따른다

 

무릎을 끓고 허리를 꺾고

이마를 땅에 내려 올리는 절

아들이

한줌 뜯어낸 잔디를

그 풀잎을 바람 속으로 흩으며

 

한시절 장돌뱅이로 걸어온

어머니, 어머님

이제 아주 편안한 무덤가를

떠난다

 

떠나며

여기 이곳 농로 변에도 바람처럼

그냥 지나쳐가는 이들이 많아

그 사람들 등 뒤에서보내는 손짓 ······. 

노랗고 자잘한 꽃

출렁이는 손의 물결을

뒤돌아 보았다

 

 

시집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도서출판 청학, 1995) 중에서

 

 

정태화 시인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 수상을 통해 등단. 2007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도서출판 청학, 1995)와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가 있음. 현재 한국시인협회, 지리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함양지부 회원.

 

 

 

원고 의뢰 : poet2580@naver.com (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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