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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거리에서...

필명 : 정태화시인 기고

등록일 2021년03월01일 12시0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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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정태화시인 [필명]

 

 

참 사람도 많았어요

그러나 모두 쫓기는 쫓겨나는 사람들 뿐이었어요

거리거리에 네온간판 다방은 많았으나

차 한 잔 같이 나눌 사람이 없었어요

이 거리에서는 돌처럼 박혀 있을 때가

매우 슬픈 법이라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글쎄 웃고 있었지요

녀석마저 건널목 신호등에 밀려가면서

번쩍 손바닥만 흔들어 주었어요

 

 

마땅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나도 어디론지 가야할까보다고 생각했어요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바닷가

그 어느 지점의 해초처럼

나는 왜 이렇게 바람 타는 모습일까

생각하는 사이

무더기 무더기 사람들의 빈 자리를 보았어요

 

 

날이 갈수록 사람이 홀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어요, 그러나

거리엔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도 참 많았어요

 

 

시집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도서출판 청학, 1995) 중에서

 

  정태화 시인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 수상을 통해 등단.
   2007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도서출판 청학, 1995)  
    『내 사랑 물먹는 하마』
      (시산맥사, 2015)

    현재 한국시인협회, 지리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함양지부 회원.

 

    원고 의뢰 : poet2580@naver.com (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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